千영기 시장의 ‘제2 해운대’ 조성공약 “지키려고 애쓸 필요 없다”지주는 보상가로 예상 2배 120억 요구, 자칫 ‘통영판’ 대장동 게이트 우려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면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불가능하거나 또는 달성하는 것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불러올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공약포기’도 선택지의 하나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바로 천영기 통영시장의 ‘제2의 해운대 조성’ 공약 말이다.
천영기 통영시장이 지난달 신년 읍면동 연두순방을 마쳤다. 천시장은 지난달 24일 정량동을 방문해 “‘남망산-장좌도 제2의 해운대 조성’ 공약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장좌도 땅 주인이 보상금액을 너무 높게 요구하기 때문.
천 시장은 “땅값이 원래 60억 원이었는데, 당선 이후 80억으로 올랐다. 어쩔 수 없이 그 금액을 수용하려 했으나, 또 다시 100억 원으로, 현재는 120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절충을 위해 연락을 여러 차례 취했지만 연락이 전혀 닿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공약은 낙후한 정량동 장좌도 일대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를 본떠 ‘제2의 해운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일대를 1종 및 2종 주거지역, 보전녹지지역으로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한 다음, 민간투자 840억 원을 유치해 고급 주거지와 쇼핑몰, 관광호텔, 도시공원 등을 만들겠다는 것.
지난 연두순시에서 천시장은 “이 사업이 추진돼야 도로가 확장되고 정량동 전체의 주거환경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당초 구상으로는 해당 부지에 민자유치를 통해 40층 규모 주상복합을 건설하고, 스카이라운지를 통해 일본과 한산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을 계획했다. 더불어 수산시장과 회센터를 조성하고자 했다”며 “사실상 정량동 발전의 마지막 보루였는데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당시 미래혁신추진단(현재는 없어짐)이 만든 로드맵을 보면 남망산 공원에 연접한 공터 일대는 단독주택 건축이 가능한 1종 주거지역으로, 장좌도 중앙부분은 보전녹지지역으로, 장좌도 남쪽 바닷가 지역을 5층 미만 주택건설이 가능한 2종 주거지역으로 구분했었다. 용역을 통해 기본계획안을 수립한 다음 오는 2025년까지 도시기본계획 반영 등 관련 행정절차를 모두 이행하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26년 전반기에 민자 사업자 선정과 협약체결을 마무리한다는 일정을 제시했었다.
이런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지속적인 역내인구감소 추세 때문에 주택건설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시 통영시는 “2030년까지 1700세대가 필요하다는 수요예측에 따라 주택건설 허가를 했는데, 투자선도지구 신청과정에서 통계적 계산을 하니 실제로는 3000세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이 3시간 거리로 줄어들고, 1인가구와 독립세대가 증가하는 세태가 반영되면서 ‘세컨드하우스’ 개념이 실제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는데, 설득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낮은 층고의 1종과 2종 주거지역에 투자할 민간사업자가 등장할 지도 미지수였다. 때문에 결국 고층주택 건축이 가능한 3종 주거지역으로 가는 통로 내지는 지름길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까지 있었다.
천시장의 지난달 24일 “민자유치를 통해 40층 규모 주상복합 건설”이라는 발언을 보면 낮은 층고건물보다 민간투자자를 위해 높은 층고건물 신축을 허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개발임에도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선택하기로 한 것.
이 부분은 이 공약사업이 ‘대장동 게이트’의 통영버전이 될 위험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대장동게이트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특정 민간회사(화천대유)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주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50억 클럽 등 법조인과 언론계 등에 무차별적으로 로비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표적 사법리스크로 지적되는 사안이다.
더구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경우 “택지 개발 이익을 공공영역으로 환수하기 위해 도시개발사업방식을 민간개발을 배제하는 대신 100% 공영개발로 추진하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투자자를 요구하는 남망산-장좌도 개발사업은 더욱 그렇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100% 공영개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던 지방채 발행계획’을 당시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이 과반을 차지했던 성남시의회가 부결시켰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익이 나지 않아서 민간기업들이 꺼리는 개발 사업을 중점적으로 맡을 것을 LH에 주문하면서 LH가 대장동 공영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포기하기에 이른 점은 확인된 바다.
결국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공공·민간 공동 사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성남시는 총5500억 원 이상을 환수했는데, 나중에 민간사업자가 무려 78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수익으로 가져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바다.
그렇다면 민간 사업자에게 수익을 안기는 것은 물론 땅주인에게도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시비 붙을 수 있는 공약을 굳이 이행할 필요가 있을까? 인구감소, 경기불황, 구도심 공동화, 관광객 감소 등 지역의 제반여건을 고려하면 이 공약을 성공적으로 실행한다고 해도 또 다른 슬럼건물만 남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공약포기가 현명한 선택지다.
천영기 시장의 하소연을 듣고서도 공약포기를 이해 못할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인터넷통영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