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단비칼럼] 선거를 짜증나게 만든 ‘철새 전략공천’과 ‘야권연대’

편집부 | 기사입력 2014/08/16 [13:26]

[김인회 단비칼럼] 선거를 짜증나게 만든 ‘철새 전략공천’과 ‘야권연대’

편집부 | 입력 : 2014/08/16 [13:26]

나는 지금 동작구에 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 대상지역이다.
▲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선거운동 과정을 지켜보았고 투표도 했다. 서울의 보궐선거는 동작을 지역이 유일했다. 서울 민심의 향배를 알 수 있는 선거였다. 그리고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 등장하여 선거판을 달구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파동이라는 큰 사건도 있었고 자질구레한 사건들도 제법 있었다. 이 선거를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野 승리 예상됐던 동작의 이상한 징조…‘철새 도래지가 아닙니다’

시작은 즐거웠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새민련 박원순 후보는 동작구에서 57.89% 대 41.35%의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동작구청장에도 새민련 이창우 후보가 52.39%대 42.97%로 크게 이겼다.


이 정도면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다. 부담없이 개표방송을 볼 수 있는 선거를 기대했다. 이런 선거가 얼마만인가?


별다른 이슈나 문제없이 진행될 선거에서 이상한 징조가 보였다. 선거운동도 시작하기 전에 길거리에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동작은 철새도래지가 아닙니다.”처음에는 환경단체에서 철새를 보호하기 위하여 내건 현수막인가 했다. 동작이 철새도래지가 아니었는데 누가 무리하게 철새도래지로 개발하려고 하나?
 
자세히 보니 낙하산 공천, 전략 공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었다. 지역운동단체인 ‘희망나눔 동작네트워크’가 걸었다는 이 현수막을 보고 이번 선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모든 당이 전략공천을 고려하고 지역출신의 정치인들이 반대하는 것임을 알았다.


경선을 하겠구나 하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었다. 경선이 얼마나 불공정할 수 있는가는 잘 알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형식적인 절차는 밟아야 한다. 당 내부의 충돌이나 반발은 없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전국적 차원의 정치를 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출신이 지역 정치인인지 아니면 전국적 인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선거를 악몽으로 만든 ‘준비 없는 철새들의 전략공천’

그런데 뜻밖에도 경선이 아니라 전략공천을 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상당히 과감하다는 것이 첫 감이었다. 인물이 대단하고 내부 반발도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은 파동으로 이어졌고 최악의 사태를 만들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기동민 후보와 허동준의 충돌은 낙관적인 선거를 악몽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는 전략공천이었다.


전략공천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모두 했다. 나경원, 기동민, 노회찬 후보 모두 전략공천의 결과였다. 현수막 표현으로는 모두 철새이다. 여기에 더하여 통합진보당의 유선희 후보도 구로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온 정치인이었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철새들의 전투였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은 새정치민주연합과 같은 파괴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철새라는 말을 먼저 사용했던 곳이 치명상을 입었다. 앞으로 철새라는 파괴적인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새는 원래 약자가 감정을 동원하여 사용하는 일종의 욕이 아닌가?


철새 국회의원 후보들이 지역을 매우 사랑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특히 나경원 당선인은 공약으로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지역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나경원 당선인이 이렇게 동작을 사랑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공약이 먹히는 것 같았다. 노회찬 후보의 새누리당 심판 공약, 중앙정치 공약은 그가 동작구에 출마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부족했다.


목표 상실된 채 ‘당선만을 위한 야권연대’는 한계가 있다

동작을 선거의 마지막은 야권연대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동민 후보와 통합진보당의 유선희 후보가 사퇴하고 야권의 후보는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되었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투표 당일 현수막이 붙었다. 기동민 후보와 유선희 후보가 사퇴했으므로 기표하면 무효표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투표용지에 표시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허겁지겁 이루어진 것이다.


야권연대가 늦게 된 것은 야권연대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오로지 당선을 위한 야권연대였다. 공동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정당의 차원에서 야권연대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중앙당은 여전히 야권연대에 부정적이었다. 지역 차원의 야권연대, 후보단일화는 파괴력이 약하다. 모든 일에는 경향, 흐름이 있다. 시대의 흐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지금은 야권분열의 시대이지 야권연대의 시대가 아니다.


그래도 야권연대는 무서운 것이어서 노회찬 후보가 거의 당선될 뻔 했다. 완패의 선거를 아슬아슬한 선거로 만들었다. 선거에서 야권은 총단결을 해야 겨우 여당과 비슷하게 대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개표과정을 보면서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가 떠올랐다. 처음부터 조금씩 지더니 끝내 역전 없이 끝나버렸다. 야권연대도 한계가 있었다.


후보단일화 거절한 김종철은 죄가 없다

나경원 당선인과 노회찬 후보의 표차는 929표,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가 얻은 표는 1,076표, 무효표는 1,403표였다. 이를 두고 김종철 후보가 야권연대를 하여 후보단일화를 했다면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보는 입장도 있는 것 같다. 아쉬우니 하는 말이겠지만 이 입장은 틀렸다.


야권연대는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은 아니다. 야권연대만 한다면 군소정당 출신 정치인, 정치신인은 영원히 당선될 수 없다.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가 끝까지 완주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야권연대의 명분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지 김종철 후보의 선택이 원인은 아니다.


돌아보면 이번 선거는 즐겁게 시작되었지만 짜증나고 불안한 선거로 끝났다. 집권당도 아닌 야당이 나중에 사퇴할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것을 보고 짜증이 났다. 마치 백설공주와 4명의 난장이를 보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밀리는 선거를 보고도 짜증이 났다. 정책 공조라는 명분을 살리지 못하는 야권연대는 난장이들의 연합처럼 보였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쉽게 이기는 길을 버리고 지는 길만 선택했다는 것이 한 줄의 감상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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