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하루이자 38억원...자구노력으로 될 일인가

안병현 | 기사입력 2023/04/21 [20:24]

[사설] 한전 하루이자 38억원...자구노력으로 될 일인가

안병현 | 입력 : 2023/04/21 [20:24]

 

요즘 정치권은 돈 퍼주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심잡기 지원대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가 재정 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이러한 선심정책들이 브레이크 없이 진행될 경우 모든 부담은 국민들의 몫이 된다.

 

지난 겨울 국민들은 치솟는 도시가스 요금에 몸서리를 쳤다. '봉급만 빼고 오를 것은 다 올랐다'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올해도 여지없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놀란 국민들이 이번에는 전기요금 인상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우선 정부는 국민부담을 감안해 전기요금 인상안을 보류조치 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갖고 전기요금 인상안을 논의 했다. (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3월 29일에 이어 31일에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유보를 결정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시기의 문제지 결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전 이자부담이 하루에 38억원 이상, 가스공사는 매일 13억원 이상 소요된다”며 “국민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원칙에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하고 요금 인상을 연기조치 했다.

 

20일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가 또 열렸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자리에서 한국전력공사를 향해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을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국민 겁박하는 여론몰이만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 의장은 "한전 직원들이 가족 명의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고, 한전공대에 수천억을 투입했으며, 내부 비리 감사 결과를 은폐했다"며 "온갖 방만 경영과 부패로 적자만 키웠지만 어떤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기 전에 한전·가스공사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어 개탄스럽다"며 "정부와 에너지 당국은 도대체 뭘 하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한전의 방만경영이 도를 넘어선지는 이미 오래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업무 과실로 인한 벌칙성 부과금이 128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 의원이 확보한 산업부 산하기관 40곳의 벌칙성 법정 부과금 내역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총 128억5469만원을 벌칙성 부과금으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떠안은 적자와 미수금이 지난해 40조원을 넘었다. 두 기업이 하루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매일 50억원이라고 한다. 한전은 구멍 난 재정을 회사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으나 채권에 대한 원금과 이자가 동시에 불어나면서, 채권 발행마저도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전의 자본잠식과 채권시장 마비로 나라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상이 걸린 한국전력이 21일 “뼈를 깍는 심정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한전은 이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 조직 인력 혁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및 국민 편익 제고 방안이 포함된 추가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 마련·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은 “한전 및 발전 6사를 포함한 전력그룹사(10개)는 전기요금 조정에 앞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20조원 이상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또 “최근 보도된 한전 일부 직원 가족의 태양광사업 영위 및 한국에너지공대 업무진단 결과 등에 대해 한전은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감사원 및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전기·가스료 인상은 서민생활과 직결된다. 당장 올여름 냉방비가 올라가고 겨울철 난방비 급등으로 이어진다.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을 동결하려는 여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신의직장’으로 일컬어지는 한전의 뼈를 깍는 자구책 마련이다.  그리고 여권은 정치 논리에 얽매여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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